Переболела

때로는 사랑이 문을 쾅 닫고 떠나지 않고, 조용히 - 마치 여름을 비로 은근히 씻어내는 가을처럼 사라진다. 모든 게 아직 살아있는 듯하다: 전화기는 번호를 기억하고, 기억은 향기를, 심장은 주소를 기억하지만, 온기는 이미 사라졌고, 이제 남은 건 게시물과 플레이리스트, 그리고 같은 이름이 맴도는 잠 못 이루는 밤들뿐이다.

여기서 감정은 소리치지 않는다. 창턱 위 담배처럼 타들어갈 뿐이다. 그리고 그 재 속에는 부드러움과 아픔, 그리고 약간의 자조가 담겨 있다. 사랑이 반드시 영원해야 한다고 누가 말했는가? 단지 가끔은 지나가며 마음속에 가을을 남기고, 조용히 부탁할 뿐이다. 겨울 뒤에는 적어도 봄이 오기를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