let me burn

때로는 사랑이 의도치 않게 일어난 화재와 닮았다. 모든 것이 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, 왠지 진화하는 것보다 쉽다. 공기에는 원망과 말하지 못한 말들의 냄새가 배어 있고, 그 사이에는 침묵이 흐르는데, 그 침묵 속에서 가장 크게 울려 퍼지는 것은 “왜 내가 무너져야 네가 온전함을 느낄 수 있겠어?”라는 목소리다. 재는 고르게, 거의 아름답게 내려앉고, 그 어딘가에는 아직도 어리석은 “제발, 가지 마”라는 말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. 하지만 문은 이미 열리지 않는다. 그리고, 아마도 그것도 답인 것 같다.